예일대 지성사 강의
지성사의 거장 프랭크 터너의 마지막 강의
왜 예일대 학생들은 지성사 강의에 열광하는가
근대의 서막을 알린 루소에서 현대 철학의 시발점이 된 니체까지 근대 유럽 지성의 역사를 조망한 책이 국내 번역 출간되었다. 《예일대 지성사 강의》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사상들이 격렬하게 충돌했던 18~19세기 유럽 지성인들의 정신이 펼쳐낸 각양각색의 관념과 사상이 당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으며, 20세기를 지나 현재까지 현대인의 생활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추적하는 책이다. 유럽의 근대는 현대 사회의 근간이 되는 굵직한 사상들이 역사적으로 등장한 시기이며, 인류사적으로 가장 질적인 변화가 급진적으로 이뤄진 시기이기도 하다. 다양한 세계관을 반영하는 수많은 이론과 이데올로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격동하던 때인 만큼 입장에 따라 자의적으로 수용되거나 왜곡될 여지도 많고, 따라서 여전히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시대이기도 한 것이다. 이 책이 18세기~19세기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이 책은 특정 개인이나 개별 분야에만 초점을 둔 좁은 의미의 사상사가 아니라 철학, 문학, 신학, 과학, 정치, 경제, 음악, 예술을 비롯한 문화 전반에 걸쳐 당대 지성을 이끌어간 주요 사상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관찰해 다양한 사상을 폭넓게 이해하고 해석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총체적 서술 속에서 이성의 합리주의 전통과 감정‧의지의 비합리주의 전통이 각자의 역할을 맡아 지성사의 전체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지성사와 문화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역사가의 한 사람으로 예일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프랭크 터너는 1차 문헌의 특권을 강조하며 편향성을 경계하고, 유행하는 이론이나 운동에 휩쓸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역사가의 역할임을 강조하면서 역동의 근대를 성실하고 균형 있게 고찰했다.
특히 학문은 우정을 나누는 과정임을 강조했던 터너는 동료학자들뿐만 아니라 학생들과도 격의 없는 토론과 대화를 즐겼고, 지성사에 대한 그의 편력은 학문 간 구축된 전문화의 울타리를 뚫고 통로를 만드는 소통의 작업과도 같았다. “특정한 역사 철학을 신봉하지 말고, 1차 문헌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철학을 세우라”고 강조하는 예일대 역사학과의 학풍을 이어온 터너는 주체적으로 사유하고 균형 잡힌 세계관을 갖도록 학생들을 이끌었다. 그의 강의가 십수 년 동안 수만 명의 학생들에게 사랑 받으며 예일 대학교 전설의 명강의로 꼽혀온 데에는 그의 재치 넘치는 입담과 함께 엄격한 학자다운 면모와 통찰력도 중요하지만, 개별 문화를 상호 연결해 문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예일대 학생들의 열망도 크게 작용했다.
각종 경제 위기와 종교 분쟁, 테러, 이민자 및 난민 문제 등 유럽 각국은 집합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분열된 혼돈의 시대를 겪고 있다. 20세기 이후 지식 체계가 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정교한 다량의 지식을 얻었지만, 이를 통합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의 문명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에서는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 이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에게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우리 시대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 즉 인간, 자유, 민족, 시민, 사회, 국가, 과학, 예술 등에 관한 견해가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 200여 년간의 지적 대변혁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 문명이 안고 있는 여러 부정적인 현상들에 대해, 그리고 미래 사회의 흐름에 대해 보다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지혜를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