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여름
지상 낙원 같은 히나 해변
야자수 잎사귀가 넘실대고 따가운 햇살 아래 파도가 철썩이는 검은 모래밭에서 휘트니는 처음으로 정열을 경험한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앤디는 폴리네시아의 신처럼 눈부셨고. 그의 키스는 카후나 고지에 만발한 무궁화꽃처럼 황홀했다. 그러나 휘트니의 아버지에게 발각됨으로써 천국 같던 사랑은 하루 아침에 지옥으로 변하고 만다.
9년이 흐른 뒤 둘은 복수심에 가득 찬 원수가 되어 다시 만난다. 앤디는 알렉스 배런이라는 냉혹하고 유력한 자본가가 되어 있었다. 휘트니는 그를 혐오하지만 그의 도움이 필요하다. 옛날에 그의 사랑을 갈구하던 것만큼이나 애타게.
▶ 책 속에서
「당신의 입술이 과육처럼 달콤하던 때가 기억나는군」
휘트니는 공포의 전율이 흐르는 걸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냉정한 여자지. 그걸 알고 있나?」
「놓는 게 좋을 거예요, 알렉스. 이런 짓을 당하고도 가만있진 않을 테니까」
그의 입술이 뒤틀렸다. 「정말 귀부인다운 말투로군」그가 상체를 바짝 들이댔다. 「하지만 당신이 내 말에 복종해야 한다는 걸 우린 둘 다 알고 있어」그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 「융자를 얻지 못하면 아빠에게 뭐라고 할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