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을 말하다 :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 1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발견하하고 조명하는 실증적 로컬리티
이 시대는 한편으로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자연화하기 위해 각 장소들을 중앙통제 하의 유기체로 재편해온 근대 국민국가가 여전히 위력적이며, 또 한편으론 신자유주의라는 외투를 입은 다국적자본이 장소를 해체하면서 자본의 논리로 재편성하고 있다. 이 틈바구니 속에서 현대인이 살고 있는 ‘지금 여기’라는 로컬은 점점 소외되고 왜소해지고 있다. 〈지역, 예술을 말하다〉는 인문학적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여 삶의 주체성과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라는 로컬이 중요한 희망의 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여기’에 대한 재인식 그리고 그 역능에 대한 신뢰는 막연하고 당위적인 주장으로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는 문학, 역사, 철학, 지리학, 문화인류학, 사회학, 정치학, 건축학, 미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로컬리티를 실증적으로 발견하고 조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통섭적 접근을 통해 로컬리티의 중층성과 관계성을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동안의 연구성과를 사회에 환원하여 일반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출간하는 첫 대중교양서다. 우선은, 지역을 규율하는 다양한 권력 중에서 근대 국민국가의 로컬화에 주목한다. 국민국가는 여타 권력과의 관계구도 속에서 그 존재를 인정받고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지역을 통제하고 기획ㆍ관리해왔다. 어느 지역에는 관문이란 역할을, 또 다른 지역들에는 산업기지나 에너지 공급원의 역할을, 또 다른 어느 지역에는 이 모든 역할을 제어하고 조정하는 중심의 역할을 부여한다. 한국의 경우 이 역할들은 공간 위계화의 명백하고도 충분한 근거가 되었다. 위계화는 정치, 사회, 문화, 교육, 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어김없이 실현되었고 지역의 위상차는 더욱 심해졌다. 이 책은, ‘지금 여기’서는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고 성공하고 심지어 행복해지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것, 공간의 위계 구도 자체, 즉 이런 로컬화를 통해 자신의 위상을 구축해왔던 국민국가의 생존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근대 국민국가의 이런 생존 전략이 행복의 방식을 획일화·고정화하여 인간의 가치와 욕망을 규율해왔음에 대해 이야기한다.wn〈지역, 예술을 말하다〉는 현대예술이라는 창을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한다. 현대예술은 근대 국민국가의 생존 전략에서 중요한 도구적 기능을 해온 동시에 반역의 돌파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예술은 인간의 사고와 감성 형성에 있어 큰 몫을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문학, 영화, 미술, 사진, 건축, 대중가요 등을 대상으로, 식민지시대ㆍ근대ㆍ신자유주의시대의 예술에서 지역들이 어떻게 재현되고 있으며, 이것이 함의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지를 문화비평적 시각에서 살펴보고 있다. 독자는 지역의 눈으로 현대예술 읽기를 시도한 글들, 로컬리티의 중층성을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한 묶음의 글들, 예술을 통한 로컬리티의 생산을 탐구한 글들을 통해, 그동안 길들여져 있던 중심주의적 글읽기와는 또 다른 시각을 만나게 될 것이다.
1994년 새롭게 출발하여 한국학과 지역학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우수연구소(1997), 한국학술진흥재단 중점연구소(2001), 동 재단 인문한국(HK)지원사업 대형연구소(2007)로 선정되었다. 학술총서, 번역총서, 교양총서, 자료총서, <한국민족문화>(등재 학술지) 등을 출판하면서 그 연구결과를 학계 및 시민사회와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책머리에
1부 지역의 시선으로 현대예술을 읽다
문학 서울, 행복의 블랙홀
영상 상경, 꿈의 실현 혹은 환상
미술 미술전람회를 통해 본 부산의 현대미술
2부 지역과 예술, 여러 길에서 만나다
문학 문학에서 지역을 만나는 몇 가지 길
영화 부산을 향한 영화들의 무한 질주
사진 사진, 도시를 기록하다
대중가요 대중가요로 부산 노래하기
3부 현대예술로 지역을 돌보다
건축 역사문화환경 속의 지역 건축과 도시공간
미술 시민의 일상과 조우한 현대미술, 비엔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