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한국인史 경제 - 개발독재 신자유주의 그리고 새로운 세계
《다시쓰는 한국현대사》의 박세길이 전혀 새로운 시각과 성찰로 풀어낸
촛불 세대와 함께 성장하는 한국 현대사
2010년 한국, 굵직한 사건들에도 개인의 자잘한 일상에도 민주주의 퇴행이 스며들고, 그만큼 성찰의 목마름도 깊어졌다. 우리는 누구이며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근원적인 고민이 요구되는 이때, 《다시쓰는 한국현대사》 이후 20년 만에 새 세대를 위한 민중사가 나왔다.
이 책은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세대의 ‘나’를 세계의 중심으로 사고하는 특성이 역사와 민주주의 발전 과정의 자연스러운 산물임을 강조하며, 이 덕목에 대한 깊은 신뢰와 긍정을 바탕으로 박세길 특유의 소박하지만 힘 있는 민중적 직관과 성찰로써 한국인의 현대사를 정리했다. 친일파 청산의 어려움, 일면 ‘청렴한 개인’으로 알려진 박정희 정권의 구조적 부패, 한국전쟁에 대한 미국 개입 이후 민간인 학살 급증 배경 등 손꼽히는 문제들을 새롭게 돌아보고, 문민정부·국민의 정부·참여정부로 이어지는 최근 민주 정권에 대한 평가, 민주화 이후의 과제를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민주화 세력의 한계 등 현대사의 새로운 과제들을 짚었다.
승자 독식의 신자유주의 너머를 향해 한국 경제사 다시 읽기 [경제 편]
1987년 민주화투쟁이 승리한 지 벌써 2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흔히 한국의 1년은 세계의 10년이라고 한다. 한국사회의 변화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을 감안하면, 20년은 매우 긴 시간이다. 역사를 만들고도 남는 시간인 것이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이 책을 쓰고 있던 2009년 한 해 동안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켜보면서 한 시대가 마감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뒤집어 말해, 2009년 한국사회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할 출발점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새로운 시대의 좌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그것은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요컨대, 공존의 패러다임을 기초로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이후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체질과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결코 몇 가지 법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경제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은 한국경제의 역사를 다루되 다양한 영역을 골고루 조명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서문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민중으로부터 나온다!
꾸밈없지만 힘 있는 언어, 삶에 밀착된 역사의 진실
‘군부’ ‘쿠데타’ ‘전쟁’ ‘고문’ ‘유혈’ ‘항쟁’ ‘학살’……객관적인 현상만 늘어놓아도 무겁고 두려운 열쇳말투성이인 한국 현대사를 담담히, 친근하게, 때로는 해학을 곁들여 전개하는 바탕에는 역사와 민중을 대하는 존경과 신뢰가 깔려 있다. 쉬쉬하며 ‘비공식 영역’으로 미뤄둔 진실이 공공연한 자리에 터져 나온 순간의 당혹스러움까지 현대사의 당당한 한 장면으로 꿰어 담는 힘은 기존 자료의 행간에 주목하는 글쓰기에서 나온다.
민중사는 기존의 주류 역사 서술과 달리 정교한 언어와 분석 틀을 갖지 못하고, 구술사 연구 방법조차 아직도 한국 역사학계에서는 주변적인 것으로 취급돼왔다. 그러나 전문 역사학자도 아니며 ‘1차 사료를 가지고 연구하지 못하’는 한계를 고백하기도 했던 글쓴이는, 오히려 바로 그 점 때문에 더욱 특유의 감각과 통찰을 내보일 수 있었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민중의 목소리에서 역사의 진실을 발견하는 눈길은, 모든 역사 서술은 주관적 해석임을 새삼 되새기지 않더라도, 정직하고 책임 있는 태도라는 한 가지 객관성을 가진다. 꾸준한 통찰과 골똘한 고민으로만 가능한 이 덕목은 《다시쓰는 한국현대사》로부터 한결같이 지켜온 관점이기도 하다.
사실 제가 참고한 자료라는 것들이 한결같이 국내에서 공식 출간되어 독자의 손을 거쳐간 것들입니다. 특별히 희귀한 자료라고 할 만한 것들은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 증언이라고 하는 것 역시 별다른 형식을 갖춘 것이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자신들이 겪었던 경험들을 회고하는 정도에 불과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의 삶 자체 속에는 이미 민족사의 온갖 형상이 녹아들어가 있음으로 해서 그처럼 단순한 회고조의 이야기조차도 현대사의 진실에 접근하는 귀중한 단서가 있었습니다. (…)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은 자신만이 세상을 잘 알고 있는 듯이 오만을 떨면서 교육받지 못한 민중을 깔보기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중은 현실의 모순 한가운데 서 있음으로써 체험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는 정확한 눈을 획득해 왔습니다. 다만 그것이 개념화되고 이론화되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지식인의 세계와는 사뭇 다른 그들 나름대로의 언어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해 왔습니다.
(《다시쓰는 한국현대사 2》 311~313쪽, ‘책을 쓰고 나서’)
자유롭고 톡톡 튀는 새로운 민중의 등장
신세대가 만들어가는 공존의 패러다임
민중과 역사를 보는 관점과 글쓰기도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주체에 따라 진화하고 성장한다. 역사 서술자가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변화에 적응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 책은 촛불세대를 ‘대상’으로 친절히 풀어 쓴 역사에 그치지 않고, 구세대와는 다른 배경을 가지고 성장해 예전엔 상상 못한 생각과 문화를 가진 신세대를 역사의 새로운 주체로 파악했다. 1990년대부터 등장한 ‘X세대’부터 포괄하는 신세대는 이미 기성세대가 된 민주화운동 세력이 가진 한계를 넘어, 수많은 ‘나’에 바탕을 둔 공존의 패러다임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촛불은 정권이 ‘배후가 누구냐’라고 펄쩍 뛸 만큼 기존의 ‘운동권’과 지식인을 보는 시각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민중사의 관점에서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광주민중항쟁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토론도 조직도 없었던, 민중 자신들이 가진 인간다운 삶과 자유를 향한 열망이 자연스럽게 흘러 터져 나온 광경이었을 뿐이다. 이 책의 많은 광경이 2010년 현재 한국에서의 기시감을 설명하듯, 민중의 자연스러운 에너지의 특성도 없다가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었다.
권력의 사각지대를 돌아보다
내부의 소외되고 차별받은 소수자에 대한 성찰
민중사, 운동사를 서술한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하지만, 목숨을 건 민주화투쟁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오히려 놓치기 쉬운 덕목. 이것이 바로 내부에 감추어진 분열과 차별, 억압된 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경제사를 본격적으로 다루다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분석을 시도
한 사회의 경제 운용 방식과 각 사람들의 경제적 상태는 우리 삶을 거의 규정한다고 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여전히 민주화운동세력 등 기존의 관점은 노동 외의 다른 경제 이슈를 ‘보수의 영역’쯤으로 치부하고 관심에서 배제하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글쓴이가 지적하듯 재벌이나 부동산처럼 큰 문제를 손대지 않고 지나쳐버리거나 오히려 정치적 민주화를 일구어낸 자리에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장화를 심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 사회 분야에 치우쳐 다른 중요한 반쪽을 놓치는 역사관은 한계가 명확하고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다. 이 책은 그 한계를 넘어 경제사를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써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단죄의 대상이 되어야 할 친일파는 오히려 출세가도를 달린 반면 민족의 자주독립과 만인의 평등을 외쳤던 좌익 인사들은 목숨을 잃었고, 가족까지 연좌제의 고초를 겪었으며, 결국 ‘좋은 일 한다고 앞장서봐야 결국 자기만 손해다’, ‘남한테 손가락질 받더라도 영악하게 구는 사람이 결국 성공한다’는 인식을 낳게 되었다(경제 편, 23쪽에서). 바로 이 자기중심적 지독함과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절묘하게 코드를 맞추었던 것이 한국경제의 성공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정권들은 적절히 활용하여 눈부신 경제성장이라는 신화를 낳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온몸으로 겪어온 ‘실제 역사’가 있었다는 것, 정권 교체 이후에도 그만큼을 넘지 못한 민주화 세력의 한계를 이 책은 지적한다.
친근한 유머와 위트가 살아 있는 서술
역사적 사실 자체가 블랙코미디인 경우도 많지만, 그것을 어떤 맥락으로 어떻게 드러내느냐하는 것은 글쓴이가 배치하기 나름이다. 이 책의 해학은 애써 만든 말장난이 아니라,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서 있을 때만 나올 수 있는 여유다.
서울대학교 철학과
저서 : 《다시쓰는 한국현대사》(전3권) 《한국경제의 뿌리와 열매》 《세계를 바꾸는 역사》 《우리 농업, 희망의 대안》《혁명의 추억, 미래의 혁명》등
서문
Chapter 1 한국인,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Chapter 2 시동을 거는 초고속 경제성장
Chapter 3 종속과 자립, 그 역설적 관계
Chapter 4 기술축적에서의 도약
Chapter 5 재앙을 부른 협주곡
Chapter 6 몰아치는 신자유주의 광풍
Chapter 7 새로운 세계를 여는 신세대혁명
에필로그 정녕 뜨고 싶어하는 그대들에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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