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음악사상
고려시대는 조선왕조에 의해 배척되고 왜곡된 상처와 흔적을 안고 있다. 그 상처는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유산으로 남아 있고, 그 흔적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 책은 그 상처를 기억하고 그 흔적을 규명해, 고려시대의 진실을 밝히고 복원하려는 하나의 시도다.
필자가 이 책에서 제기한 두 가지 매우 독창적인 견해는 다음과 같다. 첫째, 팔관회(八關會)가 명백한 ‘불교의례’라는 일반화된 주장은 피상적인 시각에서 비롯한 ‘오류(誤謬)’에 불과하다. 팔관회의 본질이 선풍(仙風)에 따른 ‘토속의례(土俗儀禮)’임을, 팔관회의 핵심의례인 ‘백희가무(百戱歌舞)’를 통해 논증했다. 둘째, 고려 예종(睿宗) 11년(1116) 아악(雅樂)이 중국 송나라로부터 처음 도입되었다는 한국국악계의 오랜 통설(지배학설)은 ‘시대착오’에 불과하다. 아악은 이미 신라 유리왕(儒理王, 24~57) 시절부터 존재했음을 사료에 근거해 입증했다.
이 어쩌면, 도발적인 주장은 고려시대의 상흔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고려국의 드높은 위상과 고려문화의 다양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국가제전(國家祭典)인 팔관회가, 조선왕조에 들어와 철저히 폐지되어 우리 고유의 오랜 문화전통이 거의 멸절된 점과, 또한 ‘아악=중국의 의식음악’이라는 조선 성리학자의 사대주의적 아악관(雅樂觀)이 너무도 견고하고 오랫동안 지배계층의 사고를 장악해,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이런 관점이 국악계에 무비판적으로 묵수·고집되고 있는 점 등에서 그렇다.
이 책은 필자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그동안 발표한 논문들을 중심으로 하고, 관련 내용을 부록으로 첨부한 두 번째 연구 자료집이다. 첫 번째 연구 자료집은 『한국 고대 음악사상』(예문서원, 2007)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