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일생이다
지난해에 시집(예순 여행) 및 에세이집(협죽도를 만나다) 이 두 권의 신간을 출간했었다. 그리고 꼭 10개월 만에 내놓는 시집이다. “詩는 체험이다, 詩를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고 여겨질 때, 그땐 詩를 써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조언으로 크게 공감이 가는 한 마디다.
나도 그동안 시수(詩瘦)의 간절한 목마름 그 애타는 가슴앓이를 얻기 위하여 수많은 시간을 길 위에 머물렀다. 내 생활주변의 인근 구석구석을 자전거로 누볐으며, 남쪽의 여러 섬들을 다녀왔다.
그 설렘이 아직도 기억 줄 끝에 선명한 채로 남아 있다. 이러쿵저러쿵 서정성 짙은 다양한 이야기들로 매달려 있다. 그 덕분에 ‘오늘도 길에게 묻다‘와 ’섬‘을 소재로 하여 고운 詩들을 30여 편이나 꽃피울 수 있었다. 아울러 詩의 소재를 고르는데도 거의 어려움을 겪지 않아 내겐 큰 행운이었다.
사람들 삶 속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들을 꼽으라면 단연코 사랑과 그리움일 거라는 생각이다. 이 두 존재야말로 동서고금을 통한 우리들 인류의 삶 속에 영원한 욕망으로서, 가질 수 없는 것들, 채울 수도 없는 것들이기에, 더 아름다운 이상으로 머무는지도 모른다.
매일매일 오늘이라며 반복되는 일상 그 너덜너덜한 하루하루가 우리들 삶의 소중한 조각들인 점이다. 그런 섬세한 부품들 하나하나가 모여 일생을 이루는 셈이다. 오늘도 오후 내내 탈고에 전념하는 동안, 하루의 의미가 이처럼 새롭고 소중하게 여겨졌던 적도 없었다.
잠시 잠깐이나마 우리 서로 함께 성찰해보자는 의미에서 ‘오늘이 일생이다’를 이번 시집의 제목으로 자신 있게 내걸었다. 오늘의 탈고가 있기까지 지나온 과정들 모두가 내겐 큰 깨달음이었다. 그래서 더 큰 애착으로 끌리는 이유일 게다.
제1부 저답지 못한 것들
제2부 그리움
제3부 오늘이 일생이다
제4부 오늘도 길에게 묻다
제5부 햇빛의 소리를 듣다
제6부 섬
이렇게 총 88편의 작품들을 모두 6부로 나누어 묶었다. 위에 언급한 그리움 · 사랑 · 길에게 묻다 · 섬 · 오늘이 일생이다 이런 큰 부제 그 밖의 다른 작품들도 내겐 마치 분신과도 같은 자식들이다. 아무리 하찮은 소품일지라도 작가에겐 최선의 역량으로 완성된 작품들일 테니 말이다.
그동안 좀 더 완벽한 방향으로 다가서기 위하여 나름대론 열심히 고군분투 하였으나 역시 내 역량부족이었다는 어설픈 변명거리 하나 걸어 두련다. 독자 제위께서 더 큰 애정으로 지도해주길 바랄 뿐이다. 아직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머잖은 날에 더 좋은 작품을 들고 찾아 뵐 것을 약속드린다.
― 박얼서, 책머리글 <시인의 변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