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되지 않은 기억
기억이 상품처럼 거래되는 도시. 사람들은 ‘첫 키스’, ‘해변의 프러포즈’, ‘아버지와의 화해’ 같은 장면을 구슬로 사 모아, 반짝이는 포트폴리오로 자신을 포장한다. 감정은 곧 자산이 되고, 기억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그러나 주인공 수현은 다르다. 누구도 사지 않은 서툴고 낡은 기억을 붙잡으며, 자신을 지켜 온다. 그는 구매하지도, 팔지도 않은 마지막 인간처럼 남아 있었지만, 어느 날 시장 한가운데서 자신의 고등학교 졸업식 기억이 진열된 것을 발견한다. 결코 내놓지 않았던 기억이 어떻게 상품이 되었는지, 그 기억은 누구의 소유인지, 그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판매되지 않은 기억》은 감정의 상품화라는 낯설고도 가까운 세계를 배경으로, 정체성과 자기다움, 고독과 저항, 살아 있는 감각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SF 단편이다. 모두가 매끈한 기억을 소비하는 사회에서, 한 사람의 불완전한 기억이 던지는 질문은 오늘 우리의 삶에도 낯선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