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와 연인들
이 책에선 음악의 천재들 가운데 위대한 로맨스의 챔피언들을 뽑아 그들의 정열의 대상이었던 여성들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음악가들은 독자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의 사랑이야기는 독자들의 전천후(全天候)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족할 것이다.
위대한 인물일수록 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나면 그의 생애에 대한 신화가 형성되게 마련이지만, 자칫 이러한 신화는 때로 터무니없을 정도로 왜곡, 과장되기 십상이다. 특히나 예술가들의 사랑이야기는 전기작가들의 상상력에 의해 '독자들의 구미에 맞게' 창작되고 윤색되어 종내엔 사실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날조된 이야기로까지 발전하게 되는 수가 허다하다. 그리고 다행히 후세 사가들에 의해 진실이 밝혀지고 증명된다 해도 사실 독자들은 평범한 진실보다 거짓일망정 흥미진진한 신화를 더 믿고 싶어하는 법이다.
이같은 폐단은 신빙성 있는 원전(原典)과 생생한 자료를 직접 접할 기회가 드문 우리 나라 독자들의 경우 특히 두드러지지 않나 싶다. 더욱이나 독자들의 길잡이 노릇을 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마저 이미 옛날에 오류로 밝혀진 전기적(傳記的) 사실을 그대로 믿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같은 자신의 믿음을 아무런 검증 없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수도 드물지 않다.
이러한 점에 유의하여 저자는 이 책에 실린 열두 명의 음악가들의 사랑을 다룸에 있어 되도록 여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을 밝히는 데 주력했으며, 너무나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그릇 인식돼온 이들의 신화를 올바르게 재조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러기 위해서 가능한 한 가장 최근에 간행된 전기와 자료들을 최대한도로 이용했다. 위대한 예술가란 그가 살았던 시대로부터 멀어질수록 보다 많은 사실이 빛을 보게 되고 색채를 더하게 되어 그에 대한 새로운 발견, 새로운 해석이 계속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저자의 시도가 제한된 지면 관계로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리고 독자들의 궁금증을 생각해서 책 속에 되도록 많은 사진을 담으려고 노력했으나 만족스럽게 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하이든과 파가니니에 관련된 여성들의 모습을 소개할 수 없어 유감이다. 이 둘이 살던 시대엔 아직 사진술이 발명되기 전이기도 했지만, 이들의 연인이었던 여성들의 초상화조차 오늘날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후세의 우리들에겐 퍽이나 안타까운 일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바란다.
여러 가지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음악가에 대해 한층 깊은 이해와 사랑을 더하게 된다면, 그로써 우선 이 책의 생명은 계속 유지되리라 믿는다.
-'초판 서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