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전쟁 - 기술발전과 욕망, 갈등이 교차하는 희소 금속의 세계
날로 필요성을 더해가는 희소 금속을 둘러싼 빛과 어둠,
희토류는 기술혁명의 심장인가 자원전쟁의 씨앗인가!
▼ 주기율표 아래, 도망자처럼 부록처럼 자리한 희토류
아주 흔한 일상의 단면을 떠올려보더라도 우리 삶에서 금속을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건물들의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는 철, 편의점에서 무심코 집어든 캔음료의 알루미늄, 잔돈으로 거슬러 받은 동전의 니켈과 구리, 귀와 목에서 반짝이는 장신구의 금이나 은 혹은 백금 등. 이러한 주요 금속들 외에도, 그 이름도 낯선 여러 희소 금속들 역시 스마트폰을 비롯한 여러 전자 제품들 안에 숨어서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가전제품, 의료 기기, 더 나아가서는 방위산업체 분야의 발전으로 점점 그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이 금속들은 수업 시간에 주기율표를 다루며 눈여겨보지 않았던 아랫줄에 따로 분류되어 ‘희토류 원소’라고 불리는 희소 금속들이다. 도망자처럼 혹은 부록처럼 딸려 있어 ‘주요’라는 단어를 앞에 붙이지 못했던 이 금속 원소들은 그러나, 이미 ‘주요’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위치에 올라 있다.
《금속 전쟁》은 이처럼 점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 희소 금속에 대해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첨단 기계들은 갈수록 작고, 얇고, 가볍고, 빠르고, 성능이 향상되면서 진화해간다. 여기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희토류 금속이다. 이 희토류 금속에 대한 조명은, 미래의 삶을 전망하고 설계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희토류 금속의 독특한 화학적 성질뿐만 아니라, 이를 얻기 위한 인류의 노력 뒤에 드리운 어두운 진실, 다양한 역사적 사례들과 작금의 적나라한 상황, 그리고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에 대해 거침없이 풀어놓는다. 화학 박사이면서 금속이나 무기, 자원을 둘러싼 국제관계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과학 사이트와 잡지에 기사를 써온 저자의 내공은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을 어렵지 않게, 그러나 깊이 있는 시선으로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 희토류 금속의 오해와 진실
이러한 특정 금속을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상에 매장량이 너무 적기 때문일까? 채굴이 어렵다는 뜻일까? 아니면 수요가 공급을 앞서기 때문일까? 저자는 이 세 가지가 모두 골고루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희토류 금속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드물다는 뜻의 ‘희(稀, rare)’가 붙어 있어 찾기 힘든 금속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유로퓸, 네오디뮴, 이터븀, 홀뮴, 란타넘은 구리, 아연, 니켈, 코발트 따위와 거의 같은 양이 매장되어 있으나, 이 금속들이 수요가 높은 데 반해 정제하고 가공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귀한 몸으로 대접받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오해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 희토류를 비롯한 금속 이야기가 이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기율표의 다른 원소들과 차별화되는 희토류 원소만의 독특한 성질을 알아보고, 광석에서 이 금속들을 분리하는 방법과 과거 과학자들이 새로운 금속을 발견한 과정, 그리고 이렇게 얻은 금속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어 현재에 이르렀는지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희토류 금속과의 거리가 한결 가깝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저자는 우리와 멀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이 희토류 금속으로 인해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것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조금은 불편한 진실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 희토류를 둘러싼 갈등과 고민들
희토류 금속은 전쟁에 사용될 무기를 만드는 데 이용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위협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암살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사용되며 중금속 중독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폐가전 제품 더미에서 소량의 희토류 금속을 찾아 생계를 유지하는 제3세계 사람들이 해로운 화학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론과 앤서니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폐가전 제품에서 희토류 금속을 분리하는 과정을 다양한 실험으로 보여주면서 그 위험성을 실감나게 드러낸다. 또한 끔찍한 전쟁의 자금줄이 되고, 전쟁을 일으키는 숨은 촉매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여러 가지 역사적 사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먼 나라의 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을 가지고 개선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설파한다.
이처럼 위협적이고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그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는 가치 있는 자원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저자는 이 유한한 자원을 위해 우주로 눈을 돌린 새로운 시도에 주목하면서 미래의 자원공급 방안을 그리는 동시에, 독자에게 질문 한 가지를 남겨두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바로, “누가 천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것인가?”이다.
희토류 금속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은 물론 역사와 정치, 경제 전반에 걸쳐 흥미롭게 살펴보는 이 책은, 인류의 생존에 금속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인류의 앞에는 금속과 관련된 어떤 질문들이 던져져 있는 살펴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