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귀
아마 독일 영화였지 싶은데, 그 영화의 시사회장에서 아오야마 교스케와 안 지 2개월 정도 지난 후의 일이다. 새벽 5시 반. 신문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나는 교스케와 함께 R백화점으로, 그날 아침 일찍 일어난 투신자살 뉴스를 취재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택시를 잡아탔다. 교스케는 나보다 3년이나 선배로 전에는 모(某)영화사의 이채로운 감독으로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일본 팬의 일반적인 취향과 회사의 영리주의에 영합할 수 없어서 영화계를 은퇴하고 일개 자유연구가로서 조용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근면하고 끈기 있는 그는 어떤 면에 있어서 메스처럼 예민한 감수성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가끔 나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는 또 온갖 과학 분야에 걸쳐, 빈틈없는 통찰력과 남다르게 명석한 분석적 지력을 발휘하면서 넓고 가치 있고 깊은 학식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나는 교스케와 사귀던 초기에는 놀랄 만한 그의 학식을 나의 직업적인 활동에 이용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의 야심은 끝없는 경탄과 사모의 마음으로 바뀌어 갔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혼고에 있는 하숙을 빼서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게다가 그의 옆방으로 이사해버렸다. 그만큼 아오야마 교스케라는 남자는 나에 있어서 범접하기 어려운 매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