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 격변의 현대사를 살아온 한 역사가의 회상
서양사학자가 서술한 개인사를 통해 본 최근세사
역사를 사람들은 국가사나 민족사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가 때로는 무미건조한 생명력 없는 나열로 그치기가 쉽다. 그것은 서술된 사건 하나하나가 마치 모래알처럼 흩어져서 서로 마치 아무런 연관성 없는 것처럼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는 대중들로부터 외면되어 왔다.
40년 동안 서양사를 연구 · 강의하였고, 세계사를 통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상현 교수는 새로운 역사 쓰기를 시도하였다. 본인이 경험한 개인사를 통하여 한국과 세계를 아우르는 현대사를 쓴 것이다. 형식은 개인사이지만 개인의 창문을 통하여 2차 세계대전부터 민주화의 소용돌이까지를 생생한 현장감을 덧붙이며 서술하였다.
이러한 역사쓰기는 역사학계에서는 새로운 시도이다. 아직도 진부한 분류사의 틀을 깨지 못하여 마치 부위별로 해부되어 푸줏간에 걸린 쇠고기 같은 역사쓰기에 익숙하고, 그것에 길들여진 우리 시대에 던지는 새로운 역사쓰기의 화두이다. 그래서 해부된 채 걸어 놓은 팔다리가 아니고 이 팔다리가 살아서 서로 연관을 맺으며 움직인 생명을 가진 역사를 서술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내가 살아온 모습, 우리 형제들, 부모들이 살아온 모습을 세계사 속에 투영해 보는 즐거움과 감동을 갖게 된다. 저절로 ‘아! 그래서 그것이 그렇게 되었구나!’를 연발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하룻밤 동안에 저절로 우리가 숨 쉬어 온 최근세사를 이해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서술을 서양 사상사를 깊이 있게 전공하고, 그 시각으로 보지 않으면 서술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수필문학으로 다져진 그의 필력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다. 역사적 안목과 경험 그리고, 서술능력을 아울러 갖춘 이상현 교수가 살아 숨 쉬는 현대사를 마침내 탈고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이상현 대신에, 나 아니면 내 형제 혹은 내 부모의 이름을 대입하여도 전혀 무리가 없이 읽혀질 수 있는 역사 서사이다.
1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해방과 더불어 찾아온 전쟁의 시기에 겪었던 피난의 경험과 전쟁 이후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때 저자는 6·25 전쟁을 바라보면서 ‘사상은 피보다 진하다.’라는 생각을 가슴에 깊이 새기게 된다.
2부 경희궁 옛 터에서는 서울중고등학교 재학 시절 만났던 친구들의 이야기와 기독교 신앙에 빠져 입신방언까지 하는 경험을 했지만, 어느 순간 교회를 버리고 함석헌 선생의 추종자가 된 이야기가 담겨있다.
3부 고뇌와 갈등의 와중에서는 대학에 다니면서 실존주의에 심취되어 자살까지 시도했다가 결국 죽음이 아닌 삶의 의미를 찾는 역사적인 삶의 생의 철학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4·19 당시 시위대 중심에서 학생들을 이끌었던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4부 데모의 현장에 서서에서는 4·19 혁명 때 시위에 앞장섰던 그가 이제 교수가 되어 학내분규에 맞서는 과정에서 느낀 인간적인 고뇌와 학자로서의 길을 포기할 수 없었던 저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70을 훌쩍 넘겨 희수를 바라보는 저자는 자신을 나약한 반항아였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개인적인 콤플렉스를 이겨내고, 민족적 콤플렉스를 뛰어넘고자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저자가 왜 스스로를 나약한 반항아라고 말하고 있는지 책 속의 주인공을 따라가 보자.
1940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태어나, 서울중·고등학교 재학 당시, 학교 담을 넘어 YMCA에서 만나던 유영모 선생과 함석헌 선생의 영향으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학과에 진학하였다. 4·19 때 교수단 데모를 실제로 이끈 우관 이정규 성균관대학교 총장의 조언으로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역사철학을 연구, 1966년에 <베네데토 크로체의 역사사상>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공군사관학교 교관으로 역사학을 강의하다가 1973년 공군대위로 전역한 후, 2년간 시간강사로 떠돌다 1975년 9월에 숭의여자전문대학 교수가 되었다.
1980년 세종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겨 학보사주간, 2부교학처장, 학생처장 등을 역임하면서 《역사철학과 그 역사》를 출간하였고, 김성식 교수의 권유와 지도로 경희대학교에서 <신이상주의 역사사상>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86년 보직을 사퇴하고 1년간 미국 버클리대학 객원교수로 갔다 온 뒤, 15년간 강의와 논문 저술 활동에 열중하여 《지성으로 본 세계사》, 《역사적 상대주의》, 《다시 쓰는 역사, 그 지식의 즐거움》, 《세계적 한국사 38강》 등을 펴냈으며, 1997년부터는 문필계에 뛰어들어 수필가와 문학비평가로 활동하면서 역사 에세이집 《역사 속 사랑이야기》, 수필집 《아버진 홍은동 이발쟁이었다》, 회고록 《고백》을 발표하였다.
들어가는 말
1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해방의 시대
유소년 시절
전쟁
피난
38선을 넘는 미군 탱크
1.4 후퇴
빙판으로 이어진 피난길
다시 만난 아버지
소년시절
2부 경희궁 옛 터에서
중학생이 되다
중학교 시절의 친구들
교회와 연애당
입신방언
홍제동 화장장
함석헌 선생
불교와의 인연
3부 고뇌와 갈등의 와중에서
방황하는 대학 생활
실존주의와 나
자살의 문 앞에서
농민혁명의 예감
4.19 그날의 나
사회활동
학문방향의 결정
4부 데모의 현장에 서서
공군사관학교
이 시기의 친구들
학원강사가 되다
숭의여자전문대학 생활
세종대학교 생활
한국 정치사의 전환점
교환교수로 떠나다
나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