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의 어머니들은 어디로갔을까
"내가 30년 넘게 살았던 골목, 그 좁은 길을 터전 삼아 억척스럽게 살아오셨던 어머니들. ... 그분들은 다 어디로 이사 가셨을까?"
이 책은 하나의 가슴 시린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저자는 현직 요양보호사입니다. 매일같이 늙고 병든 육신들을 돌보며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함께 넘기는 차가운 '현실'과, 온기가 넘치던 '추억' 속 골목을 오가며 우리 시대 '어머니'들의 삶과 마지막을 기록했습니다.
1부 '현장, 그곳의 어머니들' 은 소독약 냄새와 함께 시작되는 요양병원의 하루를 그립니다. 이름 대신 '경상도 할매', '전라도 할매'로 불리는 어르신들의 치열하고도 애처로운 하루("오늘 저년을 조지삘끼다") 와 "내 지금 여기에 갇혔나?"라고 묻는 텅 빈 눈빛 속에서, 독자들은 애써 외면했던 부모님의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2부 '추억, 그 골목의 어머니들' 은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감돌던 30년 넘게 산 동네 이야기입니다. 온 동네 안녕을 빌던 '보살 어머니' , 시멘트 포대를 나르던 '천하장사 어머니' , 암 수술 후에도 폐지를 모으던 '수집 어머니' , 그리고 콜라텍을 좋아했던 '옷 장사 어머니' 까지. 저마다의 별명과 역사를 가진 어머니들의 생생한 삶이 펼쳐집니다. 하동 쑥, 밀양 밤, 그리고 삼겹살 파티로 상징되는 따뜻한 '관계'와 나눔의 풍경은 우리가 잊고 있던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이 두 개의 다른 공간은 '마지막 이사'라는 하나의 주제로 만납니다.
3부 '그리고, 남겨진 나의 자리' 에서 저자는 '남편의 마지막 이사' 를 겪으며 느낀 상실과 고통을 고백합니다. 주소도, 번지수도 없는 곳으로 떠난 남편을 통해 , 비로소 자신의 모든 세계(추억, 관계, 물건)와 작별하며 요양병원으로 향하는 어머니들의 쓸쓸한 뒷모습을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불사신인 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부모님이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계실 거라 착각하지만, 그분들이 떠나간 자리는 너무나 크고 서늘합니다.
이 책은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셨거나, 모셔야 하는 자녀들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였습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떠나야 할 그 마지막 이삿길에 대해, 그리고 그 길을 걷고 있는 우리의 부모님들이야말로 '우리의 미래' 임을 깨닫게 하는, 깊고 진솔한 성찰이 담긴 에세이입니다